몰타에서 3개월가량 체류하는 동안 절친 가족이 생겼다. 이탈리아에서 온 가족인데, 엄마는 나보다 한 살 어리고, 아이는 동갑이라 자주 어울리게 되었다.
특히, 그 친구는 몰타에 이민을 생각하고 있어, 아주 좋은 숙소를 슬리에마 인근 바닷가에 렌트하고 있었고, 엄청 쾌적했다. 그 친구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패션학교의 교수 겸 남편의 가구사업을 돕는 역할로 사업을 하고 있었다. 사실 난, 외국 유명 브랜드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당시 그 말을 들었을 땐 대단한지 몰랐지만, 나중에 그 브랜드를 검색해 보고, 한국에도 이미 수입해서 판매하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깜짝 놀랐었다.
아이들이 동갑이다 보니, 잘 어울리기도 했고, 아들이 친구의 아들보다는 나은 영어실력을 갖은 덕에, 자꾸 같이 놀게 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영어를 빨리 배우길 바란다고 했다.
역시, 모든 나라의 부모는 대부분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ㅋㅋ
사실, 그렇게 좋은 영어 실력이 아닌데, 그 친구의 아들이 거의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여 덕분에 좀 나아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시간만 되면 초대해서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다. 한편 고맙고, 나도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열심히 그곳에 갔지만, 매번 저녁을 얻어먹는 것은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국음식을 만들어 갔는데, 너무 감탄을 해서, 좀 당황스러웠다.
내가 만들어간 음식은 불고기와 한국식 무채 김치, 반신반의하며, 음식을 덜어 식탁에 올려뒀는데, 친구 가족이 너무 맛있어했다. 나보고 식당을 하라는 말에 그저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ㅋㅋ
그것도 그럴 것이, 그 친구는 음식을 거의 하지 못해, 남편이 음식을 했고, 그것도 파스타나 샐러드 티라미슈 정도였는데, 한국의 음식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식성에 맞지 않았다. 그래도 만들어준 성의를 생각해서 열심히 먹었지만, 충분한 양을 먹을 수는 없었다.
어느 날은 러시아 친구들이 여름휴가차 놀러 와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다. 유럽은 여러 나라가 붙어있어서였을까, 어디 출신인지 물어보고, 바로 편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나로서는 러시아 사람과 얘기해 보는 것은 처음이라, 또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할까...
러시아 친구들은 이탈리아의 가구를 수입 판매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러시아에서 나름 안정적인 수요층을 가지고 꽤나 수입 좋은 듯했다. 사실, 내가 몰타에 갔던 시기는 가장 더운 여름이고, 가장 숙박비가 비싸고, 빈방도 찾기 어려운 성수기라 호텔에 숙소를 정하면 상당히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런데, 그 러시아 친구 가족은 거의 3주를 호텔에 숙소를 잡고, 이탈리아 친구네 가족과 휴가를 즐길 예정이라고 했다.
어찌나 부럽던지... 빠듯하게 어학연수비용만을 만들어간 나는 엄두도 안나는 상황이었다. 그 친구들은 휴가 와서 본국에 있는 것처럼, 그곳의 헬스, 수영, 숙박 등의 시설을 이용하고 원주민처럼 생활의 불편함이 전혀 없어 보였다. 사실, 그때 다음날 본인들은 요트를 빌려서, 바다에 나가 즐길 예정인데, 같이 가자는 제안을 했었다. 그러나... 몸만 달랑 갈 수도 없고, 하다못해 와인이라도 좋은 것을 사 가야 하는 상황인데, 생활비를 그곳에 쓸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일정이 있어 참석할 수 없다고 얼버무렸던 기억이 있다. 나의 자격지심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 벽과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 이탈리아 친구와는 아직도 facebook이나 SNS를 통해 연락을 종종 하고 있다. 그리고, 서로의 근황과 훌쩍 큰 아이들의 사진도 공유하고 있다. 친구의 아들은 유명 잡지의 모델처럼 너무도 멋지게 컸고, 늠름해졌다. 아이가 한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어 해, 지금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집이 조금만 컸어도, 우리 집으로 홈스테이를 보내라고 하고 싶은데, 그 정도는 아니라 아쉽긴 하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격리 등의 환경이 풀린다면, 조만간 한국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멋지게 변한 두 아이들이 신나는 제2의 학창 시절을 맞게 되길 기대해본다.
워킹맘으로 살아남기 12탄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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