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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해외생활,자유여행

워킹맘으로 살아남기 12탄 _ 어학연수/몰타 10(중동환경/블루라군/지중해 여름 휴양지)

by +*#$ 2022.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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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 풀타임으로 수업을 듣고, 주말은 주로 몰타섬 관광지를 관광하러 다녔다. 지중해 섬나라여서 였을까, 바닷 물색은 투명한 에메랄드 빛이고, 예뻤다.

 

내가 처음으로 선택해서 간 곳은 바로, 블루라군 영화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신기하게도 근처에 배를 띄우고, 선상 및 해변가에서 수영, 일광욕, 선상파티를 즐기고 오는 코스였다.

사실, 처음 그 안내장을 보았을 땐, '대체 가서 수영 말고 할 수 있을 게 있을까? 난, 그냥 배에서 내리지 말고, 구경이나 해야지' 싶었다. 그리고, 배로 1시간쯤 달려서, 그곳에 도착했을 땐, 말로 표현하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너무도 아름다운 자연환경, 사진으로도 설명이 안 되는... 누군가에게 여행지로 추천을 해야 한다면 단연 그곳이다.

 

많은 관광객이 있었고, 낮은 해안가는 수영을 못하는 나 같은 사람도 들어가서 놀아도 될 만큼, 괜찮았다.

 

몰타 블루라군

같이 간 일행들, 아이와 나는 바다에 있지만, 무서운 상어나 그 밖의 위험한 것이 전혀 없는 이곳에서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고, 바로 동화되어 더없이 즐겁게 놀았다. 수온이 따뜻해서 물속에 오래 들어가 있어도 춥지도 않고 참 좋았다. 

 

아이는 가지고간 스노클링 장비로 물속에 들어가 나오질 않았다. 그곳에는 우리와 TV화면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열대어가 가득 있었고, 아이는 그것들을 찾아보느라 물속에 얼굴을 넣고, 나오질 않았다. 나중에서 그 열대어를 잡고 싶은 맘이 들었는지, 촘촘하게 그물처럼 엮어진 내 겉옷을 달라고 하여, 그걸로 물고기를 잡겠다고 한참 시간을 보냈었다.

 

열대어 구경을 하고 나오는 중

요즘은 비키니 입는 것이 그래도 많이 대중화되었지만, 난 여전히 비키니 입는 것에 부담이 있다. 한국에서 가져가 수영복은 바닷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3피스형에 래시가드까지 입고 다녔다. 40도가 넘는 더운 여름에 참... 바보 같았던 것 같다. 몰타는 휴양지고 바다이다 보니, 슬리에마 시내에도 종종 사람들이 비키니를 입고 길거리를 걸어 다닌 걸 볼 수 있었다. 어찌나 민망하던지...

 

생각해 보자! 종로 한 복판에 비키니 수영복은 입은 사람들이 걸어 다닌다고 상상해보면 그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 아니면 더 현실적으로 해운대 바닷에서 놀던 사람들이 부산 시내를 비키니 차림으로 활보한다고 해야할까...

 

반대로, 그곳에는 시리아 내전으로 피란 온 중동쪽에서 온 사람들도 눈에 띄었는데, 한 여름에 얼굴과 손만을 보이게 입는 검정색 히잡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얼마나 더웠을까... 그도 그럴 것이 난 한국에서는 잘 입지 않는 민소매 옷을 몰타에서는 상시로 입고 다녔다. 그리고 속옷이 비치는 정도의 옷도 그냥 편하게 입고 다녔다. 더위를 잘 타지 않는 내가 그 정도로 입을 정도이니, 얼마나 더웠는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정말 극과 극의 상황을 보며, 정치나 종교가 사람다움의 삶을 얼마나 망가드리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었다.

 

그 당시 난 몰타에서 한 번에 유럽의 여러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생활상을 알아가는 것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그 중동에서 온 친구와 나누었던 얘기가 기억난다.

 

 : "어디서 왔어요?"

시리아 친구 : "시리아요. "

 : "그렇구나, 이곳이 날이 많이 덥죠! 물론 학원은 춥지만.. 밖으로 나가면 많이 더울 것 같은데 괜찮아요?"
시리아 친구 : "네, 괜찮아요. 기사가 데리러 와서, 바로 차를 타기 때문에 그렇게 덥지 않아요. "
 : "아, 그렇군요. 어디에 살아요? "

시리아 친구 : "스위기요. "

 : "흠, 좀 멀게 사네요. 그래도 차가 있으니 괜찮겠네요. 지금 학생인가요? "

시리아 친구 : "네, 고등학생이고, 아빠가 몰타 대사로 계셔서 가족 모두 여기에 살아요. "

 : "아, 대사님이시구나... 가족은 몇 명이에요?"

시리아 친구 : "엄마, 아빠, 저와 동생 3명이 더 있어요. 그리고, 집에 가정부 2명과 운전기사 2명도요. "

 : "아, 그렇군요. 그럼, 이곳 같은 반 친구들하고 만나서 놀거나 하긴 힘들겠네요. 여긴 저녁에 파티가 많아서, 친구들이 많이 초대를 해요. 그런데, 전 아이와 이곳에 와서 그 파티에 참석할 수 없죠! 아쉽겠어요."

시리아 친구 : "괜찮아요.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집에서 놀아요. "

 : "부모님이 허락해 주시는군요. 더없이 좋네요. 안전하고요. 부디 이곳에서 평안하고 좋은 친구들 많이 만나고 신나는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한참 그럴 나이니까요. 혹시, 한국에 대해 알아요? 전 한국에서 왔어요."

시리아 친구 : "잘 알지는 못해요. 그렇지만, 강남스타일은 알아요"

 : "하하하, 대부분의 유럽 사람들이 강남스타일 노래를 불러요. 많이 신기하고 낯선 상황이지만, 이렇게라도 동양의 작은 나라가 널리 알려져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언제 고국으로 돌아가나요? "

시리아 친구 : "저도 몰라요. 전 이곳에서 졸업을 하고, 영국이나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어요. 시리아에 가고 싶지는 않아요. 언제 돌아가세요?"

 : "9월 중순쯤 될 것 같아요. 원하는 꿈이 모두 이루어지길 바랄게요. 다음에 또 시간이 되면 봐요."

 

이 대화를 통해 내가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중동 사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이런 짧은 대화들은 여러 나라 친구들과 계속되었고, 타국의 학생들, 젊은이들, 그 밖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꿈과 미래를 가지고 있었고, 남은 시간이 길던 짧던 상관없이 목표를 향해 투자하고 성취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내 미래에 대해 도전받고 있었다. 난, 이 시간이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과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해낼 것인가? 그리고 나와 같이 이곳에 온 아이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어떤 것에 도전받고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 나름이 성찰과 함께 아이에게 무엇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지, 이 짧은 기간에 어떤 것을 성취하게 할지 날마다 고민하고 있었다.

 

첫 번째로 내가 시도한 것은 학원에서 수업을 받고 나오면, 그 배운 것을 사용해볼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나야 좋든 싫든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든 대화를 내가 하고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아이는 그런 환경에 놓여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왜 이런 일들을 하게 하는지 아이에게 설명하고, 그 시도를 도왔다.

 

주변이 한국어는 전혀 쓸 수 없는 환경이므로, 서점에서 책을 사거나, 선생님과 상담을 하거나, 친구들과 놀거나,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가능하면 아이가 하게 했다.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쭈뼛대다가 이내는 용기 내어 그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본인의 영어 의사표현을 상대방이 알아듣고, 그 일들을 해 냄으로 아이는 자신감을 얻어갔다. 5번쯤의 기회가 지났을까... 다음부터는 내가 시킬 필요도 없이, 본인이 알아서, 옷도 사고, 신발도 사고, 맘에 안 들면 교환도 하는 아이를 보게 되었다. 어찌나 보람차던지... 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었다.

 

그래서 였을까.. 게임과 큐브를 잘하는 아이는 학원에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친구들과 각 나라의 언어를 서로 알려주며, 재미있어했다. 아이는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목표를 찾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멋진 아이로 변신하고 있었다.

 

유럽에 온 이상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학원에 일정 기간 break time을 걸어두고, 서유럽 쪽으로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자유여행을 가면 좋겠지만, 여행비자로 입국하여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나는, 내가 이곳에서 호텔을 예약하고, 대중교통을 타고 여행할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들어오는 유럽투어팀에 합류하여 유럽을 돌아보기로 결정했다. 다시는 그곳에 쉽게 갈 기회가 없을 것이기에 아이에게 최대한 다양한 유럽 환경을 보게 하고 싶었다. 절대 금전적으로 넉넉한 상황이 아니었으나, 남편을 설득해 11박 12일 일정의 유럽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학원에 break time 신청 및 돌아와서의 수업시간들을 조율하고, 아이와 난 한국에서 들어오는 유럽투어팀과 합류하기 위해 영국으로 향했다..

 

워킹맘으로 살아남기 13탄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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