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을 살다 보면 내가 왜 살고 있는지, 사는 목적이 무엇인지 잊은 채 앞에 놓인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정신없을 때가 있다. 나 역시도 2~3년 동안 수많은 일들을 해결하느라 내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다운되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늘 가족과 직장생활에서 숨도 못쉬는 순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할 때, 나 홀로 여행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가족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냥 내 머릿속에서 나만을 위한 위로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패키지여행은 내가 뭔가 예약을 하지 않아도 여행사에서 모든 일정과 안전을 책임져 주지만, 내 상황에 따라 일정을 조정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한 해 동안 열심히 일한 나에게 선물을 주기로 결심하고, 자유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여행은 누가 뭐래도 친구가 있어야 하지 않은가? 내 친구가 되어줄 친언니와 일정을 맞추어 대표적인 휴양지인 일본 오키나와에 가기로 했다. 이유는 쉬러 가는 일정으로 너무 멀지 않을 곳이어야 했고, 그동안에 쌓인 피로를 충분히 풀고 다시 재충전할 수 있는 곳이어야 했기에 가까운 일본 오키나와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곳은 날이 많이 따뜻하고 온천 호텔이 있어, 나와 같이 짧은 일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꼭 맞는 장소였다. 바로 류큐 세나가지마 호텔이다. 그리고 일본의 그리스 산토리니라고 불리는 우미카지테라스가 있다고 하여 가벼운 여행으로 생각하고 1박 2일 일정으로 가기로 했다.
남편의 고마운 배려로 나만을 시간을 확보한 나는 날아갈것 같은 맘으로 나하 공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일본이라 김포공항에서 출발할 줄 알았는데, 인천공항에서 출발했다. 친언니와 여행을 단둘이 가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 그동안 서로의 삶이 바빠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 누군가 나와 같은 상황에 있다면, 시도해 보길 바란다.
난 공항에 내려 1번 버스 정류장으로 가면 호텔까지 가는 버스 120번을 타고 세나가지마 호텔로 향했다. 자유여행이라 가이드가 없다보니, 영어와 한문을 읽어가며 이동했다. 일본은 생각보다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일본어를 못하면 여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물론, 대부분이 한자로 표시되어 있어 동양 문화에서 한자를 아는 분이라면 그래도 자유여행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흠... 차에서 내린 순간 깜짝 놀랐다. 주변이 모두 바다로 둘러 싸여있고, 눈이 너무 시원했다. 그리고 날씨는 시원해서 겨울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전경사진을 찍을 수 없어, 여행사이트에 나온 사진으로 대신 공유한다.
다다미 방일거라 생각했는데, 이니였다. 일반호텔과 같은 수준의 그렇지만 일본 특유의 깨끗함과 단정함을 느낄 수 있는 구조였다. 우리는 체크인을 하고, 주변을 관광하기 위해 나갔다.
오키나와에서 유명한 국제거리! 전쟁 후 도시 복구 과정에서 가장 눈부시게 발전한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꼭 들르는 나하의 명소라고 하여 가게 되었다. 그곳은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 같은 곳인데, 훨씬 넓은 면적에 넓게 조성되어 있었다.
길을 지나다보니, 한국의 명동거리에서 본 너무도 익숙한 관광상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회사에서 행사할 때 가끔 우스꽝스러운 모자로 자주 사용했던 것인데, 역시 사람 사는 것은 어느 나라나 비슷한가 보다. 재미난 모습에 몇 장 찍어 봤다.
다음으로 간곳은 오키나와 북부에 있는 아메리칸 빌리지로 향했다.
미군 비행장으로 쓰이던 부지를 반환받아 중부에서도 손꼽히는 관광지인 종합 쇼핑 타운으로 조성된 곳이라고 했다. 주변으로 멋진 호텔들이 많았다. 어딜 가나 유명한 관광지에는 대관람차가 있는 것 같다. 유럽에 갔을 때도 그랬는데, 여기도 있다. 뭐~ 구경거리가 하나 더 있으니 나쁠 것이야 없지 않은가? 시내버스 요금이 우리나라와는 좀 달라서 버스기사 아저씨와 실랑이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우선 버스 기본요금을 먼저 내고 나중에 거리별로 알아서 버스비가 추가되는 시스템인데, 오키나와는 일단 티켓을 받아서 탑승하고 내리는 목적지에 따라 요금을 내는 방식이다. 일종의 후불 개념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결론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거리별로 요금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버스기사 아저씨와 개콘 코너를 찍고서 차량에 탑승한 언니와 난 바보 같은 서로의 행동에 중고생이 된 것처럼 숨죽여 한참을 웃었다. 버스의 룸미러로 비친 버스기사 아저씨는 아직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라 있었고, 연신 룸미러로 우리를 힐끔 거리고 있었다.ㅋㅋ
블로그에 소개된 맛난 소고기집에 가서 점심을 거하게 먹고 나서, 본격적으로 빌리지 구경에 나섰다.
요렇게 동화 같은 곳도 있었다. 순간 한국의 에버랜드에 온 줄 착각이 들었다.
일본은 약이 유명하지 않은가, 한국에서도 이미 판매되고 있는 소화제이긴 하지만 본토에서 판매되는 것과 성분의 차이가 크다고 하여 일본에 오게 되면 꼭 소화제를 사 간다. 이번에 어김없이 주변에도 주고 나도 먹을 소화제, 영양제를 잔뜩 샀다.
쇼핑을 하다보니, 벌써 이렇게 날이 저물었다.
빌리지에도 역시나 길거리 음식을 많이 팔고 있었다. 명동의 길거리 음식 같은 느낌이나, 다만 모두 가게에서 판매를 하는 차이가 있었다. 흠...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 같다고 할까?
빌리지에서 일정을 마치고 나니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언니와 난 류큐 온천에 빨리 들어가고 싶어 일본에서 비싼 택시를 탔다. 우와~ 한 40분쯤 탑승했을까? 한화로 약 5만 원 정도가 나왔다. 버스를 탔으면 만원도 안 나왔을 건데... 후회가 밀려왔지만, 날 위한 선물이라 여기기로 했다.
숙소로 들어와 류큐온천으로 갔다. 호텔에 이런 곳이 있는 게 신기했고, 일본에 오면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땅에서 어떤 수고도 하지 않고, 따뜻한 물이 계속적으로 나온다는 것이 신기했다. 온천수는 직원이 시간마다 온천수를 가져가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그러니, 그렇게 많이 관광객이 와도 수질 관리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시원 바다 바람과 따뜻한 온천물은 그동안 내가 힘들게 견뎌온 시간에 대한 보상인 듯했고, 아팠던 몸이 회복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곳에 앉아서 만나는 야경은 말로 어떻게 표현 할지 모르겠다. 잠시라도 모든 시름을 잊은 채 멍하게 시간을 보냈다. 짧은 일정으로 먼 곳으로의 여행이 어렵다면, 이곳에서 1박 2일을 보내길 추천한다. 굳이 오키나와 시내를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 호텔에서 온천을 즐기는 것으로도 충분한 휴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언니와 난 거의 2~3시간의 온천욕을 마친 뒤 숙소로 돌아와 떡 실신이 되어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아침형인 언니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호텔에 있는 목욕탕에 가자고 하여 내려갔다. 역시 시설은 깨끗하고 좋았다. 목욕탕 물도 온천수라는 것!! 여기도 호텔 직원이 수시로 온도와 수질 확인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젯밤에 이어 오전까지 따뜻한 물에 푹~ 삶아진 몸은 이제 기력을 찾는 듯했다. 다시 회사로 가면 엄청 일 잘할 것 같은 느낌?!
언니와 난 아침에 1시간 가량 온천욕을 마친 뒤 숙소로와 옷을 갈아입고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주부가 된 후 누군가 날 위해 차려 준 밥상이 엄청 좋다. 아니, 내가 만들지만 않아도 좋은 것 같다. 한 번에 많이 먹고 며칠을 버틸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한 끼가 하루도 못 가니 우리 몸은 연비가 엄청 안 좋은 거다. ㅎㅎ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오니, 조식 종류도 다양했다. 일본 음식은 대체로 내 입에는 짜서 미역이 들어간 된장국과 빵, 스크램블을 곁들여 먹었다. 무슨 조합이냐? 생각하겠지만 요렇게 먹으면 간이 맞는다. ㅋㅋ
우리는 대충 아침을 챙겨먹고, 체크아웃을 한 후 우미카지테라스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자유여행의 1박 2일이다 보니, 비행기 시간을 토요일 일찍 가서 일요일 오후에 탑승하는 시간으로 잡을 수 있었다. 렌터카를 하지 않은 우리는 호텔에 붙어있는 우미카지테라스가 맨 마지막 일정에 있었다. 체크 아웃하고도 시간이 남아 짐을 1층 안내데스크에 맡기기로 했다.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생각보다 1층 데스크에 짐을 맡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본의 산토리니 라니 가보자~ 사진으로만 본 곳은 낮에 봐도 예뻤고, 예쁜 상점들이 곳곳에 들어와 있었다. 가죽 전문점부터 일반 음식점까지 다양했다.
한참을 둘러본 우리는 전망이 좋은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겨울인데 겨울이 아니다. 선선한 한국의 봄날씨다.
언니와 난 그간의 밀린 수다를 엄청 떨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내 가족이 있는 집으로 가자~
이런 시간이 또 올까...
너무 바쁘게 살았던 내가 다시 돌아봐졌다.
이제는 충분한 충전도 했으니, 다시 힘내서 일할 시간이다. 난 종종 이런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일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강요된 열심에 지쳐 있는 어떤 워킹맘이 있다면 날 위한 시간을 확보하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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